REQUEST

백 단X휴


W.카요



 "어서오세요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딸랑, 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카운터 앞에서 서서 녹차 프라페치노 하나요, 라며 지갑을 꺼내든다. 카운터 안쪽에 서있던, 이 곳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네, 녹차 프라페치노하나 주문받았습니다, 라며 미소를 건넨다. 그 미소를  본 여자의 얼굴에는 살짝 홍조가 생기고 만다. 


 이 모습만 벌써 몇번째 반복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저 얼굴이 뭐라고 저렇게 좋다고 난리인 걸까. 아무리 봐도 난 잘생긴거 모르겠던데. 아침에 보나, 낮에 보나, 밤에 보나. 그래. 밤일할때는 조금 잘생겼을지도. 그치만 그건 불가항력이라고. 쟤가 나쁜거야.


 카운터 근처의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에 흑발의 남자는 혼자 궁시렁 거리며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카운터 직원이 보기라도 한걸까, 직원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흑발의 남자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는다.


 "왕자, 괜찮아? 안심심해?"


남자를 왕자라 부르는 직원이 오자, 왕자는 황급히 찌푸리고 있던 인상을 풀며, 어 괜찮아, 라며 무심한 표정을 짓는다.


"심심해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단아, 꼭 너가 카운터 맡아야해? 알바생은?"


"말했잔아, 오늘만 이라고. "


  조금은 뚱한 듯 입술을 살짝 삐죽거리곤, 이내 다시 입술을 집어 넣는다. 왕자는 아무래도 이런 투정이 쓸모없다고 느껴진것인걸까, 아니면 자신이 연상이기에 이해해줘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걸까. 무엇이던 간에, 그것은 왕자를 매우 언짢게 하였다. 곧 있으면 점심시간 이니까 조금만 기다리라며, 단은 다시 카운터 뒤로, 커피도 자기 혼자 만들고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책이라도 가져올껄. 계속 저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실실 웃어주는 모습 보기는 싫어. 아, 뭔가가 안에서 북받쳐 오르는 기분이다. 


 표정관리가 더 이상 힘들어서, 그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주문을 받던 중이던 단은 당황과 걱정가득한 표정으로 왕자, 휴를 쳐다보았다. 생각없이 일단, 문을 열고 가게를 무작정 나오긴 했으나, 여기는본인의 세계가 아니였고, 이 근처는 단의 가게라는 것 밖에 모르기에, 휴는 일단 건물 뒷편에서 이어지는 골목길로 들어가 쭈구려 앉았다. 무슨 꼴이야 대체 이게. 한 나라의 왕자가, 단지 저 남자 때문에, 이러고 있다는 사실이 자기 자신을 매우 비참하게 만들었다.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할땐 언제고, 나 무슨 남편만 믿고 시집왔는데, 나쁜놈이 바람난거 같잖아. 그렇게 쭈그려서 혼자 훌쩍이기를 십분정도 지났을까, 땅바닥 밖에 안보이던 왕자의 시야에 누군가의 발이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단의 발, 이겠지만. 훌쩍인 탓인지 조금은 빨개진 눈가와 코가 우스꽝스러워보였다. 


"…단?"


"여기서 혼자 쭈그리고 앉아서 뭐하는거야. 일어나, 바닥 추워."


일이 아직 한참 바쁠테도 불구하고 단은 나를 찾으러 와주었다는것을 나는 안다. 그리기에 고마워 해야 하지만, 그날따라 무슨 심술이 났었던 건지, 머리와는 다르게 마음은 자기 멋대로 말하고 있었다.


"단이 무슨 상관이야. 냅두고 가서 단이 좋아하는 카페 일이나 해. "


"허, 우리 왕자님 무슨일인걸까."


단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남이라면 기분이 좋았었겠지만, 나는 일단 단 보다 연상이고, 어른인데, 애취급받는거 같아서…아, 그렇다고 쓰다듬 받는 느낌이 싫은 건 아니지만.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한다.


"바쁘신 카페 사장님이 저에게 주실 시간이 감히 어디있겠습니까, 어서 가시져."


마지막 단어는 일부러 더욱더 비꼬듯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더니, 단이 갑자기 피식하고 웃더니, 웃음을 참지 못해 결국 혼자 소리내어 웃는다. 다 웃었는지 나의 눈높이에 맞게 허리를 구부리고는, 눈을 맞춘다. 그리고는 하는말이, 안놀아줘서 삐진거야? 란다. 


"누가 안놀아줘서 삐졌대?, 자꾸 웃음으로 이사람 저사람 다 홀리고 다니니ㄲ…" 


순간 아차 싶었다. 그말을 듣고 발끈 했던 것인지 순간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왔다. 이제 쪽팔려 죽는 일 밖에 안남은건가. 나가 죽자. 휴야.


"질투한거야?"


얼굴이 새빨개진 나를 보며 묻는다. 입꼬리가 실룩거리는게 보인다. 넌 지금 이 상황이 즐겁니. 나는 죽을 거 같단다. 


"귀엽네, 왕자." 


라며 갑자기 날 확 끌어 안는다. 뭐하는거야, 아둥바둥거리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귀여워서그래, 라며 볼과 이마, 머리, 그 외에도 보이는 여러가지에 쪽쪽 소리를 내며 뽀뽀를 해댄다. 그만해, 사람들이 볼꺼야. 괜찮아, 보라고 하는거야. 


남들에게 보이기 싫다며 발악을 하자 단이 날 벽에 기대게 하고 자신의 두팔로 날 가둔다. 


"이러면 안보이지 이제?"


 지금 왕자 얼굴 홍당무 같다. 더 빨갛게 만들어줄까? 갑자기 주둥아리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그의 팔 안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고 입술이 점점 다가오는것만 보고 있던중, 입술과 입술이 닿기 직전의 가장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그가 갑자기 입을 연다. 


"이건 오직 너만의 것이니까, 그러지 않아도 돼."


그러고선 지 멋대로 입술을 맞춘다. 여기서 더 빨개 질 수 있을까 싶었지만, 내 얼굴은 그 순간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갛게 되었다. 처음엔 가만히 맞추다가 조금씩, 조금씩 먹어 치울듯이 나의 입술을 단은 탐해갔다. 입술에서 만족을 못한건지, 입술에서 점점 내려와 턱선, 목, 어깨, 그리고 쇄골까지 늑대가 자기 영역을 표시하듯  단 또한 자국을 남김으로써 나에 대한 자기영역 표시를 남기기 시작했다. 조금씩 숨이 거칠어 지는게 느껴졌다. 둘 다. 자신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는지도 모르고 왕자와 백 단, 둘아 이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아…읏, 간지러워…


언뜻 언뜻 들리던 왕자의 신음소리가 트리거 역할을 했던 것인걸까,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던 도중, 단이 살며시 입을 뗀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집에가자. 여기서 마저 할순 없잔아."


"으응…?카페는…?"


살짝 풀린 눈으로 왕자는 단을 쳐다본다. 왕자의 얼굴에는 이미 오래전의 삐짐과 투정은 풀리고 남아있는것은 욕정뿐이였다. 욕정과 애정. 정확히  말하면. 단은 본인이 전생에 뭘 했는지는 몰라도, 정말로 나라 혹은 그 이상을 구했었을 꺼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랑스러운 애인을 내려줄수 있을까. 속으로 백번이고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그외 모든 신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말 한마디와 함께 왕자와 유유히 골목을 빠져나와 단의 집으로 향했다.


"입시휴업 내지, 뭐. "



                                                                                                                                                                              


2015.01.01 새해 첫글.

 아 힘들다 옛다 가져라. 캐붕냈다면 미안 난 노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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