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현대AU


 "일어나 하향, 언제까지 잘꺼야 이 잠꾸러기야."

 창문사이로 새어나오는 따사로운 햇빛에 하향은 푹신푹신한 이불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으응… 5분만 더…"

 "어서 일어나, 안 그러면 내가 널 독차지 할 시간이 얼마 안 남는단 말야."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기고 허리를 숙여 이마에 가볍게 뽀뽀를 한다. 

 "간만의 휴가인데 이런 날은 조금 늦게까지 자도 봐주는거 없는거야?"

 살짝 울상인채로 하향은 민호를 올려다본다. 강아지 눈망울 처럼 촉촉하게 젖은게, 마냥 그녀의 뒤를 보면 꼬리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었다. 

 "굿모닝 키스 해주면 한번 생각 해볼께."

 짖궂게 웃는 민호와 그런 그가 못말리다는 듯 허,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 양팔을 벌려 민호보고 껴안아 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민호는 하향이 사랑스럽다는 듯 애정 가득한 두 눈으로 그녀를 담다가 꼬옥 껴안아주고, 가볍게 쪽쪽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거기서 멈추는게 하향의 계획이었다면, 민호는 종종 하향의 계획을 산산조각 내는 걸 아주 잘했다.

 쪽쪽 애기들 뽀뽀 수준에서 시작했다면 민호는 이런 훌륭한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다.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핥고 윗입술과 같이 먹어버릴듯 삼키었다. 아랫입술을 피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깨물자, 철벽같던 그녀의 입술 사이가 벌려졌고, 그 틈을 타 민호는 자신의 혀를 들이밀었다. 말랑말랑한 연한 살이 제 혀의 촉감에 느껴졌다. 혀와 혀가 얽히고 정신없이 애정행위를 하다 보니 어느새 민호는 하향 위에 올라타 그녀의 상의 안에 손을 넣은채 속옷이 드러나기 직전까지 옷을 말아 올린 채 였다. 민호의 입술을 그녀의 턱을 타고 내려와 목을 지나, 그녀의 쇄골 근처에서 빨간 자국들을 남기기 시작했고, 한 손은 그녀의 왼쪽 가슴에, 다른 한 손은 그녀가 입고 있던 짧은 반바지의 허리부분을 붙잡고있었다.

 "민호, 나 아침부터 운동하기 싫은데…"

 조금은 부끄러운듯 살짝 빨개진 얼굴로 하향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 보는 민호를 보며 말을 꺼냈다. 수줍어 하는 얼굴을 본 민호는 그의 작은 아들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씨익 웃고 그녀의 바지를 내리려는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침실의 문이 열렸다. 

 "다녀왔어 하향."

 "앗, 뉴트! 어서와!어, 지금, 상황이 이래서 들어오는 소리를 못들었어. 미안"

 하향은 민호 아래 깔린채 허우적대고 있었고, 민호는 문을 열고 들어온 뉴트를 있는 힘껏 째려보고 있었다. 둘이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네가 들어오는 바람에 방해받았다, 라는 기운을 풀풀 내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민호는 입을 열었다.

 "어, 왔냐, 다시 나가지 그래? "

 "너네 먹여 살릴려고 밤새 일하다 온 사람한테 너무 한거 아니야?"

 뉴트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키득거리며 말한다. 너만 돈버냐, 라며 툴툴거리는 민호를 뒤로하고 뉴트는 하향에게 다가가 이마에 쪽, 입술을 맞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분명 예전엔 셋은 둘도없는 친한 친구사이었다. 중학교때 만나. 고등학교를 같이 가고, 어쩌다 보니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전공은 달라도 같은 대학까지다니고, 대략 반평생을 같이한 친구들이었다. 일단, 하향은 그들을 가족이라 여기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녀의 부모님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갑작스레 돌아가셨을때도, 하향은 그때 그녀의 세상이 무너지는줄 알았을때, 그 둘이 묵묵히 그녀 곁을 지켜주었고 가족이라는 그녀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족이라는 틀에 더더욱 파고 들었다. 유일하게 그녀가 서 있을 곳이 그들이 만들어준 가족이라는 틀임을 알자, 하향은 묘하게 그 자리에 집착했다. 조금이라도 금이 가지 않도록. 그러나 그녀의 소중한 자리를 산산조각낸건 하향의 24살 때 생일, 셋이서 조촐하게 파티를 하던 밤, 뉴트와 민호였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살짝 취기가 올라오는게 적당히 기분이 좋았다. 불빛은 은은하게 켜져있었고 나름 그녀의 취향에 맞춘다고 둘은 온방을 촛불로 가득채웠다. 민호의 어깨에 살짝 기댄채 영화를 보고 있었고, 뉴트는 부엌에서 간식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민호가 달싹거리던 입술을 떼어내더니, 핵폭탄을 떨어트릴 준비를하고 있었다. 

 좋아해, 라는 소리를 들었을땐 처음에는 영화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민호가 재차 확인하듯 그녀의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고, 또박또박 다시 그 단어를 반복했을때, 그녀의 눈에는 설레임보단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 부엌에서 나와 그 장면을 목격한 뉴트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민호가 제게 들려준 똑같은 단어를 내뱉었다. 그녀는 당혹감을 넘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둘중 한명을 고르라는 그들의 소리없는 재촉에, 그녀는 도망쳤다.
 
 하향은 그 둘을 정말로 공평하게 똑같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 가족같은 관계가 깨지지 않길 바래왔고 누군가를 고르라는 말은 절대 그녀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들과 키스하고, 애정을 나누고, 밤을 보내라하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선택하고 누군가를 버린다는건 그녀가 갈구하던 관계가 와장창 깨지는 것을 의미했기에, 절대로 선택 할 수 가 없었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집안에만 틀어박혀, 둘중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다. 이미 끝나버렸을꺼라 예상한 그들의 관계에 그녀는 매일밤을 울며 지새웠다. 그렇게, 점점 야위여져 가며 일주일을 지낸날, 뉴트와 민호는 하다 못해 그녀의 집으로 쳐들어와 자신들이 생각이 짧았다며, 계속 사과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셋이서 살자고 제안을 했다. 둘중 누구를 택하라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테니, 그저 자신들을 공평하게만 사랑해달라고, 그것만을 약속해왔다. 이미 이성적인 생각이 불가능했던 하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도 그렇게, 지금 이렇게 된 것이다. 

 옛날 생각에 푹 빠져 있던 하향을 정신차리게 만든건 또 다시 깊숙히 침범해 오는 민호의 손이었다. 

 "자,잠깐만! 지금 뉴트도 왔고…!"

 민호는 전혀 그런 사실을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뭐, 별로 내키진 않지만, 오랜만에 셋이서 하지. 뉴트?"

 "나도 네 녀석이 같이 한다는게 별로지만, 이번만은 참아주지."

 뉴트는 단정하게 매여있던 넥타이를 거칠게 당기고 곱게 닫혀있던 단추를 하나 둘 푸르기 시작했다. 전에 셋이서 했을때를 떠올리며 하향은 밑에서 바둥바둥거렸다.  절대, 절대로 안됬다. 짐승같은 체력에 지치다 못해 기절하기 직전까지 갔던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민호는 원래 운동을 하니까 그렇다 쳐도 뉴트 너는 뭔데-! 하향은 속으로 빼액 질렀다. 숨 고를 틈조차 주지 않고 거칠게 밀고 들어오던 뉴트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기억나 얼굴에 열이 확 하고 올라왔다. 그녀가 그 둘을 바라 보았을땐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민호는 옷을 완전히 걷어 올려 그녀의 가슴을 잘근잘근 깨물며 잇자국을 남기고 있었고, 뉴트는 그녀의 다리를 억지로 벌려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고 연한 허벅지 안쪽 살까지 빨간자국을 잔뜩 남기고 있었다. 우와아, 진짜 시각적으로 너무 야해… 저항은 하려 했으나 굳세게 잡고있는 뉴트의 손에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게다가 아직 자유롭던 두 손으로 민호를 밀어내려하자 민호는 단호하게 그의 큰 손 하나로 하향의 양 손목을 잡더니 위로 올려 붙잡고 있었다. 틀렸어 이미. 빠져나갈 길이 없어! 거의 반쯤 포기한채 몸에 힘을 빼고, 뉴트의 나쁜 손이 바지를 내리고 이제 속옷안으로 손을 넣으려던 순간, 딩동, 하고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순간적으로 찾아온 정적에 처음엔 뉴트와 민호 둘다 그 소리를 외면하려 했으나  두번째로 들려오는 초인종소리와, 낯선 목소리가 결국 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의 위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택배입니다."

 택배 아저씨, 사랑해요! 제 생명의 은인이예요! 어, 그런데 지금 짐승 두마리가 엄청 험악한 표정 짓고 그 쪽으로 가고 있어요. 고민의 명복을 바랄께요. 

 속으로 얼굴 모를 택배아저씨에 대한 사랑과 명복을 남발하고, 하향은 그 틈을 타 얼른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닫힌 문 뒤로 느껴지는 불쌍함에 결국 마음이 약해진채 하향은 욕실 문을 빼꼼 열고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나 지금 씻을건데, 같이 씼을 사람…?"

그녀의 말에 오묘한 미소를 지은 두 짐승은 재 빠르게 욕실로 향해 걸어갔다.


어머니, 제가 방금 제 무덤을 판 것 같습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로아카/드림]조각글 001  (0) 2016.06.10
[하이큐/ 쿠로오 테츠로] 경찰서는 아니야, 꼬마 신부님.  (0) 2015.12.29
[사이퍼즈]가뭄  (0) 2015.05.11
20150222  (0) 2015.02.22
[오이스가]인생 제 1막  (0) 2015.02.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