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지독하게도 아픈 새벽이었다.


아직은 달궈지다 만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감싸왔다. 쇼토, 나의 쇼토. 네 이름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불러봐도, 네가 정신계 개성이 아닌 이상 절대 들을 수 있을리가. 엑모맨에 나오는 내가 제일로 좋아한다고 했던, 그 교수 역할의 캐릭터 처럼, 네가 내 머릿속을 멋대로 휘젔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말하지 않아도, 너는 모든걸 알텐데. 네 얼굴을 마음놓고, 네 옆에서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쇼토, 나의 쇼토, 나의 사랑, 나의 도피처. 




너를 완전히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딱 마지막으로 네 얼굴이 보고싶어, 서성이다가 결국 네 집 앞까지 걸어왔어. 그나마 다행인걸까,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네 방은 아직까지 환한 빛이, 창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쇼토, 작게 네 이름을 부르자 이내 창문이 열리고 토도로키가 얼굴을 내밀었다. 반쯤 의아하다는 듯이 인상을 살짝 찌뿌리고선 어쩐일이냐고 묻는 그의 목소리엔 걱정이 서려있었다. 


한참을 그 창문 밑에 서서 말없이 고개만을 숙인채로 있었다. 목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어찌 내뱉을 수 있을까. 쇼토, 사실은 나, 나 쇼토를 계속 좋아해 왔어. 근데 있잖아, 해가 밝아오면, 난 쇼토를 죽여야만해. 웃기지도 않지? 이 입술로,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내 마음 하나 온전히 표현하지도 못했는데, 이 입으로 증오를 담고, 너를 미워해야만해. 어떻게? 쇼토는 똑똑하잖아, 뭐든지 다 알잖아… 그니까 답을 알려줘. 


"쇼토."


"응, 카요. 왜 그래."


"쇼쨩… "


"왜 그렇게 주늑 들어있어. 무슨일 있었어? 또 누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아냐 쇼쨩, 아냐, 사실은 맞아. 아빠가, 엄마가, 온 가족이 납치 됐어. 도와줘. 도와줘 쇼쨩. 히어로잖아, 나 같은 잔챙이랑은 다른, 프로잖아. … 그 아저씨가, 너를 데려오래. 그래야 살려준데. 나 어떻게 해야해? 쇼쨩, 응? 애원하고, 다 털어 놓고, 네 품안에서 또 다시 어린애처럼 엉엉 울고 싶었다. 그치만, 나는 결국 이기적이고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너에게 끝까지 거짓말 하는 수 밖에. 너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줄 지언정, 차라리 내가 원망의 대상이 될게. 그러니, 쇼토, 딱 한번만, 마지막으로.


"…쇼토"


"응. 왜."


"… 내일 같이 케이크 먹으러 가자. 쇼쨩이 좋아하는걸로."



네 옆에서 이렇게 웃을 수 있게 해줘. 어차피 밤이 지나면 모든게 물거품이 되버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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