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쿠로오 테츠로] 경찰서는 아니야, 꼬마 신부님.


드림성 소설.


W.카요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헤쳐 나가야 잘 해결했다고 소문이 날까. 쿠로오 테츠로, 36, 도쿄 나름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인, 전직 배구선수, 지금 인생 최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저보다 대략 스무살은 어린 소녀한명이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와 인사하며 건넨말이, 자기가 내 아내랍니다. 


"쿠로오 아저씨?"


 아니야. 그렇게 귀엽게 쳐다보지마, 원래 어린애가 취향이긴 했어도, 망상과 현실을 구분 할 줄 아는 놈이었어, 나는. 애초에 미성년자를 건드릴 생각은 추호에도 없다고! 아, 켄마가 이 일을 알면 얼마나 쓰레기같은 눈으로 날 바라볼까. 그래, 일단 애니까, 잘 타일러서 돌려 보내자고, 그저 가출한 아이일 뿐일꺼야. 아마.


 "…그래서, 정확히 몇살이라고? "


"올해 19살이에요!"


 그래, 스무살차이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열일곱살… 퍽이나 다행이겠다!


 "이봐, 주소를 착각한 거 같은데, 난 결혼한적 없어. 너를 지금 처음 보기도 하고. "


 "앗, 그건 저도 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얼굴이었는데, 실물이 훨씬 잘생긴것 같아요."


 소녀는 혼자서도 쫑알쫑알 잘만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카요에요, 이제 결혼하게 되었으니 쿠로오 카요라고 불리면 되겠어요! 누구마음대로, 난 결혼한적 없다니까! 


"엑, 그, 그치만"


 울먹거리던 소녀가 내게 내민건 서류봉투와 긴 편지였다. 봉투에는 혼인신고가 되어있는 혼인신고서와 그 외 필수적인 공적인 서류들 뿐이었다. 편지로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근 몇년간 껄끄러워 연락을 하지 않던 제 아버지의 필체였다. 망할 영감탱이. 그리고 서류를 다시 집어넣으려던 순간, 봉투 밑바닥에 남아있던 사진 한장을 발견했다. 사진을 꺼내어 보자 쿠로오의 표정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사진속에는 어린 시절 저의 모습과 그 옆에는 앞에 앉아있는 소녀와 매우 닮으면서도, 다른 여자 아이가 함께 밝게 웃으며 자신과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아,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사진 속 소녀는, 제 첫사랑이자, 그리고


"아, 이사진 엄청 오래됬나보네요. 어, 엄마다! 어머니는 어렸을때도 아름다우셨네요."


 자신이 제 아내라고 주장 하는 소녀의 어머니 인 셈이다. 


 이 아이의 어머니, 사진속의 소녀는,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 시타, 시타였던 거 같아. 시타는, 어렸을 적부터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여서, 켄마랑 셋이서 자주 놀았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까진 같이 다녔는데 고등학교를 가면서, 시타가 여고로 들어가는 바람에 헤어지고, 그 후로 갑자기 어른이 된 시타와, 아직은 철없는 수줍은 남학생의 이질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조금씩 서먹해져갔던게 기억난다. 고등학교 1학년이 거의 끝나 갈때 쯔음, 갑자기 이사가는 바람에 연락도 끊기고, 흔한 기억속에서만 남아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상한 소문을 듣긴 했어도, 그게 진짜 일꺼라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니까 네가 시타의"


"어머니가 17살때 절 낳으시고, 몇 해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누누이 말씀 하셨어요. 네가 나중에 결혼하게 될 남자는 굉장한 사람이라고. 많이 그리워 하셨던거 같아요. 아저씨를. 제가 전해 듣기론."


"같이 살던게 아니였어?"


"어릴땐 같이 살았지만,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친가가 양육권이랑 친권이랑 다 가지고 갔어요. 어머니는 요양병원으로 보내버리고, 아버지가, 친가가, 조금 권력도 재산도 있는 사람이라 저는 어머니와 헤어져야 했죠. 다 옛날 얘기지만요."


 소문이, 그랬던거 같다. 조용하고 얌전한 여학생 하나가  옆 학교 부잣집 남학생 하나와 사귀다가 사고 쳤다고. 여학생은 임신해버려 자퇴하고, 남학생은 집안에서 일 덮는다고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그게 시타였을 줄이야. 그저 그 당시 인사도 없이 도망친 시타가 미웠지만, 이거랑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전혀 그럴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어머니는, 제가 아저씨와 결혼하길 바라셨고, 최고의 남자를 만나길 바라셨어요. 시아버님께 허락도 받았고, 제가 말씀 드린다고 했더니, 시아버님은 자신이 직접 전해주겠다며, 저는 짐 챙기고 준비하라고만 하셨는데… "


 종종 시타와 마주치던 시선들이나, 닿아오는 뜨거운 손가락 끝의 감각이 떠올랐다. 심장이 마구 뛰어대던, 그 아릿한 감각들. 이 아이를 그런 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꺼라 생각된다. 이 아이를 통해서, 자신의 눈에는 시타가 보여진다. 


 "그래도, 말이 되는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지금. 너는 나 이야기 통해서 알았다 하지만, 나는 네 존재 오늘 처음 알거든? 나이차이도 있고, 무엇보다 나도 나 나름 만나는 사람도 있다고. 이렇게 무턱대고 결혼했습니다ㅡ 하면 받아줄거 같냐. "


 사실은 순 거짓말이다. 만나는 사람은 커녕 일에 치여 매일을 무의미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상도덕이라는게 있지. 이건 아니였다. 아무리 제 아버지의, 시타의 부탁인들 하던간에. 애초에 근 20년간 연락도 없이 지내오던 시타가, 갑자기 자기는 죽어버리고, 딸을 보내버리면 누가 기분이 언짢아 지지 않겠는가. 이건 무슨 책임전가도 아니고. 내 애도 아닌데! 내 애가 아니니까, 결혼을 시킨건가


"앗, 그, 그렇다면


 그래도, 누가 그 딸 아니랄까봐, 울먹이는 모습에서, 마치 강아지 꼬리가 축 늘어진 것 같아 보이는 이미지까지, 제 어미와 똑 빼 닮은게, 가슴 한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저, 그래도 이제 돌아갈 곳 없고… 손을 꼼지락 거리며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시타와도 이런적이 있었다. 한참 사춘기에 막 접어들때즈음, 시타가 놀자고 내 손을 덥석 잡자, 내가 괜시리 예민하게 반응하며 여자랑은 안놀아, 라며 흑역사를 만들어 낸적이 있다. 그때도, 시타는 이렇게 강아지처럼 귀와 꼬리를 내렸다. 적어도 내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젠장, 또 마음 약해지게.


 "친가는? 친가에서 지냈다며. "


 "아버지는… 글쎄, 어머니가 진행해오던 제 결혼 사실을 아시더니, 저보고 나가라 하셨어요. 화가 많이 나신것 같았어요. 모두가 말렸는데도 계속 그러시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래요. "


 "친구나? 학교는?"


"학교는 이 근처 동경사립학원에… 그치만, 누구 신세질 정도로 친한 친구도 없어요."


 동경사립학원이라니, 새삼 이 녀석이 부잣집 딸 아가씨라는 걸 깨닫는다. 조금 상황파악이 되자 다른 여러가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녀가 입은 재질좋은, 유명한 브랜드의 원피스에서 부터, 보석박힌 머리 띠와, 저기 현관문 근처에 놓여진 구두와 캐리어까지. 철없는 부잣집 소녀 마냥 느껴진다 아니, 사실은 그게 진실이지만. 


 "…아버지 연락처, 나한테 줘. 내가 얘기해볼테니까. 너도 네 엄마의 이상한 일에 엮이지 말고. 네가 원하는 것도 아니잖아?"


 잘 달래서 집에 보내주면 되겠지. 우물쭈물해 하는 소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처음 봤을때 부터 취향일정도로 귀여웠지만, 이건 아니였다. 


"제가 원하는게 맞다면요…?"


 뭐라고?


"저 아저씨 이야기, 말을 이해할수 있을때부터 들었었어요. 평생을 아저씨가 어떤 사람일까 궁굼해 하며, 오늘만을 기다려왔어요. 그렇다 해도 안되는 거에요?"


오, 맙소사. 이 아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것입니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림/DC]제이슨 토드, IF 단편  (0) 2017.08.03
[히로아카/드림]조각글 001  (0) 2016.06.10
[메이즈러너/드림]비글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0) 2015.09.29
[사이퍼즈]가뭄  (0) 2015.05.11
20150222  (0) 2015.02.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