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코믹스 패러디

제이슨 토드


IF 제이슨이 조커에게 죽임 당하지 않고, 평범하게 자라왔다면, 평범하게 학교다니며 자경단 활동하는 세계.

제이슨의 말투가 쵸큼 다정한것.


전편은 이쪽으로

겨울이 지나간 뒤에 봄이 온다는 것은 지극히 낙관적인 말이다. 그것도 그럴것이, 우리의 고담시에 사는 아가씨는, 여태 계속 겨울이었으니까 말이다. 조금 추운 겨울도 아니고 빙하기 수준의 겨울이었다. 사실 그녀가 이 도시로 이사를 온건 기껏해 봐야 2년전이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물론 고담 밖에서도, 여엿한 성인으로써 여러 사람들은 만나 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영 운이 없다고 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는 남자보는 눈이 정말로, 없다 못해 실명한 수준이었다. 고담에 와서 처음 만나본 남자는 알고보니 그녀가 파트타임일을 하던 카페 윗층 은행을 털려고 만나던 전문 강도범이었고, 분위기 좋은 바에서 만난 남자는 알고보니 마약 거래상이었다. 어떻게 들켰냐고 묻는다면 그 남자가 그녀에게 약을 권유하며 들이미는게 하얀 가루였던 것 이라더라. 그외에도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중에서도 정말 셀수없이 두번다시 만났다간 경찰서에 잡혀갈 사람들이 여럿 존재했다. 그녀 자신도 자꾸만 그런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걸 알기 때문에, 그녀의 연애사는, 계속 겨울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더더욱 그 입학식에서 제이슨을 처음 마주한날, 처음으로 심장이 제 박자에 맞지않게 두근거린날, 그녀는 귓가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축하한다기 보단, 일단 의심부터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미친놈일까, 저번에는 자칫하다가 같이 경찰서에 끌려갈뻔했는데, 이번에는 그정도는 아니겠지. 그가 브루스 웨인의 둘째 아들이라는 사실을 들은 건 한참 이후이 이야기다.

학교 수업이 다 끝난 후에는 보통 무엇을 하냐면, 일주일에 절반은 고담시에서 제일로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서 일을 한다. 페이도 생각보다 괜찮고, 빌런들도 맛있고 달콤한 케이크는 중요한건지, 유난히 범죄율이 낮기로 유명해서, 나름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도 딱 오늘까지만. 지금 그녀는 카운터 안에서 총을 자신에게 겨누고 있는 할리퀸의 부하와, 혼자 유유자적 진열대에 나와있는 케이크 하나를 꺼내서 테이블에 앉아 고상하게 먹는 할리퀸을 번갈아 쳐다봤다. 손님들이 그나마 없는 시간대여서 망정이지만, 같이 인질로 잡힌 젊은 커플 한쌍과 옷 한번 괴상하게 입는 미청년 한명뿐이었다. 애초에 사장님은 돈만 걷으러 오고 이 곳 직원은 그녀 혼자뿐이었다. 2년을 고담에서 살면서 빌런은 커녕 작은 갱조차 마주친적없는데, 일주일만에 펭귄에 이어서 할리퀸이라니, 뭔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를 안만나니, 뭐 그런거야? 그 악운이 어딘가 다른곳에서 터져버리거나. 속으로 짜증을 부리던 와중에 갑자기 할리퀸이 일어나서 카운터 안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잠, 잠깐, 엄마야, 제가 왜 고담으로 온다고 했었죠? 미쳤다고 고담으로 이사 왜 온다고 했었지? 너, 쳐다보는게 마음에 안들어. 라며 갑자기 옆에 그녀의 부하의 허리춤에서 권총하나를 집어들고 그녀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아무래도 제 목숨은 여기까지 인가 봅니다. 고담시 평균 사망 나이가 괜히 다른곳들보다 낮은게 괜히 그런게 아니였어. 눈을 질끈 감고 할리퀸이 방아쇠를 잡아당기기만을 기다리던 그 순간, 문 쪽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총소리였다, 어라, 근데 안아파. 빗나갔나? 설마 그 거리에서? 아니면 즉사해버린건가? 온갖 의문들로 머리를 가득채웠을때, 그녀는 살며시 눈을 떠봤다.

"이제는 하다 못해 디저트가게라니, 네 초록색 미친놈은 어디에 있어. 할리퀸."

말하는 빨간 뚜겅이 문앞에 서있었다. 아무래도 옆에 서있던 부하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걸 보면 그 총은 부하의 어깨를 맞춘것 같았다. 바닥에 피가 고이고 있었다. 젠장. 가게 바닥에 피라니, 닦으려면 꽤나 고생하겠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무언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저 멀리서 빨간 뚜껑이 말을 건다. 

"지금 네 목숨 구하고 있는데 인상 좀 피지 그래?"

예. 총 겨눠지고 있는 제가 입 다물어야죠.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기에 그냥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다. 작은 웃음소리가 손님들 쪽에서 새어나온것 같았지만. 자신을 겨눈 레드후드와 자신이 겨누고 있는 아가씨를 번갈아 보다가, 자기가 졌다는 듯 겨누던 총을 거두고, 양손을 올리는 시늉을 한다. 

"재미 없어졌어. 다음에 또 보자 스위티, 거기 아가씨도, 케이크가 일품이야 아주."

칭찬이 칭찬으로 받아들여지지않는건 순전히 제가 꼬여서 그런건가요. 할리퀸이 건물을 벗어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멍하니 바닥을 쳐다보고있자, 빨간 헬멧을 쓴 남자가 다가온다.

"괜찮냐."

저가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사람 하나도 없는 외톨이는 아니지만, 그 순간만큼은 헬멧 너머로 들려오는 살짝 깨진 그 목소리가, 어쩐지 안심이 된것 같았다. 고개를 들고 그 헬멧을 쳐다보다, 결국 눈물이 차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아, 히끅, 괜찮을, 윽, 리가, 없잖아. 울먹이며 겨우겨우 말을 내뱉었다. 어이가 없는건지 한숨을 푹 내 쉬고는 뭐라고 한마디 할 줄 알았던 그는 오히려 손을 내밀었다. 가죽장갑은 그대로 낀 채 였지만. 언뜻 화약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아, 방금 그 남자를 겨누었지. 누군가를 반죽음으로 내 민 손임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인가 무섭지않았다. 내민 손을 잡으라고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손을 잡자 거의 이끌려 올려져 일으켜졌다. 엄청난 괴력이네 이사람. 그러나 일어서면 뭐해, 제대로 서있질 못하는 그녀를 답답한 듯이 쳐다보더니 양 팔 아래에 손을 집어넣는다. 

"어, 어딜 만지는거에요!"

뺴액 소리지른 보람도 무색하게, 그녀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책상위에 앉힌다. 머쓱해진 그녀는 한참을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다가 말을 겨우겨우 꺼냈다. 

"빨간뚜껑씨는…"
"누가 빨간뚜껑이야. "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제 말을 끊어버린다. 아무래도 빨깐뚜겅이 아닌것 같았다. 조금 화가 난듯 해보였다. 장담컨대 고담에 와서 늘어난건 생존본능과 눈치밖에 없을것이다. 그 눈치를 실컷보며 그를 아래에서 올려다 보았다. 최대한 불쌍한 눈으로. 한참 눈을 마주하더니, 사실 헬멧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떄문에 눈을 맞추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대충 느낌상, 한숨을 또 크게 내쉰다. 빨간뚜껑씨 너 그거아니, 너 날 보고 벌써 한숨만 두번째인거. 내가 그렇게 답이 없는것 같지는 않은데. 

"…레드후드"
"예?"
"빨간 뚜껑이 아니라 레드후드라고. 기억해."
"저한테 왜 알려주시는거에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빌런이던 히어로던 두번은 보고 싶지 않거든요. 오래 건강하게 안전하게 살고 싶습니다, 레드후드씨.

"또 볼것같아서."
"이 근처에 누가 습격 예고장이라도 보냈나요? 그렇다면 제가 지금 당장 짐을 싸고ㅡ"
"아니, 그쪽한테 흥미가 생겼거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빨간뚜, 아니, 레드후드는 가게를 나섰다. 무슨 사내놈이 그런말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막 내뱉어! 라고 말하기엔 이미 그 손님들은 일찍이 피신한지 오래였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무슨 살인 예고야? 첫번째 메모, 고담에는 별 미친놈들이 다있는것 같다. 두번째 메모, 빨, 아니, 레드후드는 제멋대로 인것같다. 아무래도 내 이름도 모를텐데 또 보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분 나쁜 말투에 그 목소리라니. 이건 너무 불공평한 조합이잖아. 마지막 메모, 어머니, 아무래도 이 울리는 종소리, 제 휴대폰 벨소리 아닌거죠. 제발 휴대폰 벨소리가 맞다고 해주실래요. 벨소리가 아니라구요? 하하, 그러게, 핸드폰은 저기 망가진채로 바닥에 늘여져있네. 맙소사, 아무래도 이번에는 경찰서로 끝날 것 같지가 않을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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