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아, 내 사랑아.


 언제라도 네가 힘들면 네 등을 토닥여줄께. 힘들다고 느끼면 언제나 네 눈가의 눈물을 닦아 줄께.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도록, 내가 옆에서 두손 꼭 잡고 있을께. 그러니까, 힘들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네 옆에 있어줄테니, 포기하지 말아줘. 네가 사랑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너를 상상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렴. 네 눈길 한번 없어도 네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혼자서 전하고 있음을 알고만 있으렴. 너를 향한 이 마음을 혼자 소중히 간직해주렴. 네모난 상자에 가득 채워 놓고, 지칠때마다 열어서 조금씩 꺼내 보는거야. 네 허물어진 마음을 달래줄테니. 상처가 났다면 꼬매고 구멍이 났다면 메우면 되는거야. 그리 어렵지않아, 내가 여기 있으니까. 

 남몰래 눈물을 훔치려 한다면 내가 옆에서 그 눈물 닦아 줄께. 다시는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언제나 옆에 있어줄께.너라는 씨앗에게 거름이되고 물이 되고 햇빛이 되어줄께. 너라는 씨앗이 미래의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네 손을 놓지 않을께. 그러니, 제발, 포기하지 말아줘, 내 사랑아, 아름다운 내 사랑아


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인생 제 1막 


​W.카요




*엄청난 설정 날조: 스가와라와 오이카와가 같은 고등학교.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의 2년 선배. 현대AU. 배구를 하지 않습니다. 오이카와가 입시생입니다 수능봐요 수능, 이와이즈미가 미술을 합니다. 미술입시생!!!(아련ㄴ...) 제일중요한 스가와라가 트위터를 합ㄴ디ㅏ....트위터.....이와이즈미랑 오이카와도 틔텨함



  그를 처음 만난건 트위터에서 였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방학, 스가와라는 여전히 새벽까지 트위터를 하며 늦게 잠들었다. 그는 현실과는 달리 자신의 취미생활을 이해해주고, 자신이 어떤 모습이던 상관없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가득이라, 그들과 어울려 노는데에 푹 빠져있었다; 그렇다고 밖에서 일상을 제대로 지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다. 그저 모든걸 다 솔직하게 말할수 있는, 숨쉴 곳이 필요해서 시작한게 트위터 였다. 같은 고등학교 학생을 찾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트윗을 날렸었다. 그날, 학교선배 두명이 자신에게 다가와줬다. 


 둘은 친구라고 했다. 이와이즈미선배는 미술입시를 하던중이었고, 오이카와선배는 여러가지 의미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렇게 친해지고, 고등학교에 드디어 입학하게 되서, 선배들의 얼굴을 보게 된 스가와라는 생각보다 훨씬 친철한 사람들이라 그저 즐겁기만 하였다. 5월중순에 체육대회때, 일학년인 자신을 제 반에 스며들지 못하자, 삼학년들 사이에 데려와 같이 놀아주었다. 스가와라는 그날이 제 평생 가장 즐거운 체육대회라 생각했다. 그날 친해진 다른 선배들이 오이카와선배의 다른 옛날 사진을 보내주었다. 개구리 탈을 쓰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한장이 스가와라의 눈에 들어왔다. 귀엽다고 생각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7월초, 학교에서는 무슨 걷기대회를 했다. 고등학생이나 되서 왜 이런 걸 해야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행사 당일 전날밤, 오이카와선배가 이와이즈미 선배랑 셋이서 도시락싸간다며 이왕 가는 김에 소풍기분이나 내자며 같이 하자고 멘션을 보내왔다. 그날밤, 밤새 설렘에 뒤척였다. 걷기가 끝나고 조금 지친상태로 선배들과 만나서 스가와라는 도시락을 열었다. 셋이서 벤치에 앉아 제대로 된 돗자리도 없이, 뭐가 그리 즐거운 건지 웃고 떠들며 도시락을 먹었다. 행사가 다끝나고 다들 집에 가자, 오이카와 선배가 자기가 보고싶어하던 영화가 개봉했다며 같이 보러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이와이즈미선배는 학원이 있어서 안된다 했고, 나는 아직 시간 널널해서 괜찮다고, 보러가자고 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라고 했다. 

 

 둘이 영화관에 도착했을땐, 오이카와 선배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여기까지와서 그냥 가기도 그러니까 영화표는 자신이 산다고 했다. 미안함에 어쩔줄 몰라하자 괜찮으니까 다음에 맛있는거 사달라고 스가와라는 말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그 영화를 주제로 트위터에서도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선배와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고 느꼈다. 영화를 기다리면서도 학교이외에서의 선배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알게 되었다. 조금은 더 선배에게 다가간 기분이라 스가와라는 기뻤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배들과 만나기 힘들어졌다. 간간히 점심시간에 나와서 산책하는 선배들을 발견할때는 숨이 차는 것도 모르고 뛰어갈때도 있었다. 셋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보냈다. 힘이 다빠질 정도로 날씨가 더울때는 나무밑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오이카와선배는 힘들다며 자신의 무릎을 베며 누웠다. 스가와라는 선배의 머리카락이 꼭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다. 


 수능이 다가오자 둘 다 바빠졌다. 이와이즈미 선배는 미술입시하느라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고, 오이카와선배 또한 수험공부때문에 지쳐보였다. 수능 보기 삼일전, 스가와라는 정성을 다해 선물을 포장하고 둘에게 주었다. 어느새 스가와라는 삼학년 교실을 제 교실 드나들듯 다녔다. 알아 차렸을땐 이미 자신에게 오이카와 선배 덕후라는 별명이 지어진 후였다. 


 수능이 끝나고 선배들은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선배들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지자, 조금은 외롭다고 느꼈다. 하루 일과처럼 선배들을 보러 삼학년 건물을 가던 발길도 끊긴지 이제 오래됐다. 그러나 아직은 괜찮았다. 이와이즈미 선배는 미술입시 때문에 자주 못봤지만, 오이카와 선배는 트위터만 들어가면 볼수 있었다. 1학년들도 막 기말고사가 끝나던 12월, 스가와라는 또 다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새벽까지 트위터에서 놀았다. 이번엔 오이카와 선배와 함께. 


 해가 바뀌고 2월이 되어 선배들이 졸업을 했다. 이와이즈미 선배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했다. 진심으로 축하를 해줬다. 오이카와 선배는 평소실력보다 수능을 망쳐서, 고민을 했지만, 결국엔 대학을 갔다. 다행이도 원하는 과에 갔다고 한다. 졸업식만큼은 꼭 가겠다고 약속한 스가와라는 결국 그날 아침부터 열이 올라 오후까지 침대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어지러운 와중에도 중간에 일어나서 졸업식 못 갈거같다고 미안하다고 전하던 기억이 언뜻 났다. 눈을 다시 떳을떈 이미 오후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졸업식을 못간게 스가와라는 평생 두고두고 후회가 됬다.


 2학년이 되서고 스가와라는 여전히 트위터를 했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이카와 선배가 외로워한다는게 보였다. 트위터에서도 외롭다며 한탄을 하는게 종종 보였다. 괜찮다고, 내가 여기 있다고 스가와라는 애써 위로를 해줬다. 얼마안가 장염으로 병원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문안을 가려 했으나 하필이면 가족여행과 겹쳐버렸던 것이다. 미안하다고 스가와라는 전했다. 다행이도 막판에 여행이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병문안을 갈수 있게 되었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가 좋아하는 단것들을 잔뜩 들고 가져갔다. 병원복을 입은 선배가 조금은 안쓰러워보인다고 생각했다.  


 퇴원을 하고 오이카와 선배는 대학을 다니고 스가와라는 학교를 다녔다. 아직도 오이카와 선배가 외로워하는게 보였다. 그럴때마다 스가와라는 진심으로 오이카와 선배에게, 힘내라고, 자신도 언제나 곁에 있다며 언제나 선배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안고싶은 '좋아' 보단 존경한다는, 선배로써의 '좋아' 였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듯, 오이카와 선배는 그저 고맙다고만 해주었다. 


 오이카와 선배가 술에 잔뜩 취해 전화를 했다. 어차피 남는게 시간이었으니 선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선배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많이 마셨다며 이제 그만 하고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스가와라를 붙잡았다. 조금은 놀란 토끼 눈으로 쳐다보자 오이카와 선배는 조금 꼬인 듯한 혀로 말을 꺼냈다. 자신을 좋아해서 줘서 고맙다고. 네네,라며 얼른 달래주고 집에 데려가려 하자 다시 한번더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붙잡고 「너만 괜찮다면 네 마음을 받아주고 싶어.」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술주정인가 싶었으나 뭔가 떠오르는게 있었다. 그 동안의 자신의 '좋아'가 이 사람에겐 막연한 후배의 사랑이 아닌 안고싶은 '좋아'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것이다. 그제서야 가끔 쓸쓸히 뒷말에 「미안해.」라고 하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창피해 할까봐 일부러 돌려말했다. 자신은 동성연애는 처음일 뿐더러 잘 챙겨주지도 못할게 뻔하다고. 자기보다 좀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게 선배에게 더 좋은 일 일꺼라고. 선배를 좋아하지만 자신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하면 알아서 받아들일꺼라 생각했다. 스가와라는 체념을 예상한채 오이카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들려오는건 의외의 대답이었다. 괜찮으니까, 사귈수 있다, 라고. 한동안의 쓸쓸하고 외로워하던 선배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아 결국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고맙다고 해주었다. 앞으로의 생활이 조금은 걱정 됬지만, 크게 문제가 될꺼란 생각은 안했다. 


 처음 사귀고 나서 몇주는 얼굴조차 못봤다. 선배는 선배대로 바쁘고 스가와라는 스가와라대로 바뻤기 때문이다. 간간히 문자만하고 트위터에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게 전부였다. 이게 평상시랑 뭐가 다른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사귄다는 자각때문에 연락도 평소보다 덜하게 되었다. 부끄러웠던 걸까, 어렸던것 같았다, 이땐. 


 여름에서 서서히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할때 쯔음, 선배가 학교에 놀러왔다고 문자를 보냈다. 급식을 먹다 말고 스가와라는 나머지는 버리고 급히 선배가 있다는 곳으로 뛰어갔다.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선배가 우리가 종종 점심시간에 앉아 있던 그 곳에 앉아있었다. 어째서인지 선배를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왜인지는 스가와라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오랜만에 봐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보는 오이카와 선배의 모습에 스가와라는 그를 껴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오이카와 선배는 살을 맞대는 걸 싫어한다고 했었다. 애써 들뜨는 마음을 감출수 밖에 없었다. 헐레벌떡 뛰어와서 조심스럽게 그의 옆에 앉았다. 오이카와의 사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들린거라 짧은 시간동안 있다 갔지만, 스가와라는 그 이후 한동안 히죽거리며 다녔었던 것 같다. 


 문자를 보내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었다. 어느새 보니 스가와라는 오이카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넘보지는 않을까, 나 없다고 쓸쓸해 하는게 아닐까. 이건 누가 봐도 명백히 사랑에 빠진 모습이었다. 처음과 달리 커져가는 스가와라의 마음과는 달리, 오이카와는 여전히 문자를 하면 단답, 조금은 대화를 이어 나가기에 힘든 답잡들을 주었다. 옛날이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을 점들이 이제는 스가와라의 심장을 하나하나 후벼 파기 시작했다. 만지는 걸 싫어해서 껴안고 싶어도, 다가가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었다. 섣불리 만질수도 없었다. 문자도 대화도 잘 이어지지가 않았다.  애써 아직은 자신이 그의 애인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가끔은 오이카와가 왜 자신을 받아들여 주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밤새 눈물을 흘린적이 있었다. 


 학교서 야자를 하기 위해 남아있던 어느 날, 평소엔 다섯글자이상 보내지도 않던 오이카와 선배가,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문자로 보내주자 어쨰서 인가 그 순간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다정하게 불러줘서 너무나 고마워 해야하는 상황인데,  왠지 모르게 기분나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좋은 느낌은 항상 들어 맞는다고, 그날 밤 야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길, 선배에게서 이별 아닌 이별 통보를 받았다.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핸드폰을 부여잡고 자신이 읽는 이 글자가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이런걸로 장난칠 성격이 아니였기에, 한동안 화면만을 바라보다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스가와라는 자신이 선배를 붙잡고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애써 멀쩡한 척을 하며 괜찮아, 괜찮아 주문을 걸었다. 선배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거니까, 꼭 잘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스가와라는 이 이상 비참해 질 수 도 없을꺼라 생각했다. 그렇게 선배를 보내고서도, 한동안은 자신을 탓했다. 즐겁게 해주지 못해서, 조금 더 문자를 자주 보내볼 껄, 용기내어 좀 더 표현 해 볼껄,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한번만 안아볼껄, 보내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스가와라는 짝사랑을 시작하며 제 연애생활을 끝냈다.


 자그마치 시작한지 두 달 된 그의 연애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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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 토오루X스가와라 코우시


소설 100제 68. 넌 이걸 어떻게 견뎠어.


W.카요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코타츠 안에 누워 있던 도중, 말없이 귤을 까다 오이카와는 말을 꺼냈다. 있지 코우시. 응, 왜불러. 그냥, 너랑 이렇게 있을 수 있다는게 안 믿겨서, 행복해서 불렀어.

 그 말을 듣던 스가는 말없이 웃는다. 덕분에 그의 눈밑에 위치한 눈물점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자신의 앞에 누워있는 코우시의 쓸쓸한 등을 바라보며 그의 허리에 제 팔을 감았다. 이미 수백 번 서로의 살을 맞댔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쑥쓰러워하며 움찔거리는 그를 보면, 그 모습이 귀여워 이내 괴롭히고 싶어진다. 팔을 감고, 몸을 밀착하고, 장난스레 그의 목 뒷덜미에 살짝 깨물며 자국을 남긴다. 그만해,라며 부끄러운듯 빨개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스가는 고개를 숙인다. 가만히 그를 자신의 팔안에 가둔채 그의 향기를 맡는다. 취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 걸까. 코우시. 침묵을 깨며 그의 이름을 다시한번 불렀다.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줘서 정말로, 정말 고마워."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시합을 뛰던 그 시기, 아오바죠사이는, 카라스노에게 패했다. 3세트까지 이어가, 듀스를 거듭해 마침내 카라스노가 승리했다. 「코트 위에 설 수 있는건 강한 자 뿐이야.」라는 말이 오이카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분했다. 결국은 범인은 천재에게 당해내질 못 한다는 건가. 아련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등학교 생활중 마지막으로 볼 코트를 쳐다보고 있자,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뒷통수를 후려 갈기며, 말을 남겼다. 「분하지만, 우리가 노력했다는 사실은 없어지지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가서든 앞으로 미래에 배구를 하며 이기면 되는거야. 그러니까 그딴 표정 그만 짓고, 저기 누가 너 불러 달래.」이와이즈미의 말에 고개를 들자 오이카와의 눈에 들어온건 스가와라였다. 


'뭐야, 상쾌군?'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흰색바다를 가로지르기엔 너무 눈에 띄었던게 문제였던 건지, 조금은 숨이 차 보이는 모습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그, 나 카라스노 세터인데,"


"알아. 용건이 뭐야"


 날을 세우지 안을래도 그건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우린 방금 막 카라스노에게 패한 참이었고, 그는 그들의 일원이었으니까. 


"너를, 어, 그러니까, 좋아해."


 뭐? 라는 말이 입안에서 빽하고 나왔다. 당황스러웠다.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하고, 아니 그걸 떠나서 방금까지 대전 상대를 이기자 마자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녀석이 어디있냐고. 당황함만으로 가득채워진채, 미안, 이라고 하고 그 자리를 떠버렸다. 그러나 그 후에도, 스가와라는 학교앞을 찾아오는둥, 길거리에서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둥, 볼때마다, 「너를 좋아해, 진심으로!」라며 매번 고백을 해왔다.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그의 끊임 없는 구애에 마음이 흔들렸던것인지,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앞둔 토요일, 그의 변함없는 고백에 자신도 모르게 '그래' 라고 대답한건 충동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연약하게 생겨서 매운걸 엄청 좋아한다던가, 영화를 보면 엄청 감성적이라던가, 등 뒤에 있는 점이라던가, 엄마처럼 엄청 챙겨 준다는 점이라던가, 그런 것들 때문에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게 된건 역시, 그가 세터로써 배구를 하는 모습이었을까. 어느새 먼저 연락하는 건 오이카와의 몫이 되었고, 이름을 부르는 것도, 먼저 안아주는것도, 애정표현을 하는것도 오이카와의 몫이 되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진거라 하지만, 아무렴 어때, 그런것 따위 상관없었다. 



"토오루야 말로 받아줘서 고마워. 정말로."


 처음에는 조금은 차가웠을 지도 모르는 제 행동들이 가끔 떠올랐다. 오이카와는 그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 때 그 행동들을 막아버리고 싶다. 처음엔 거만하게, 네가 나에게 맞춰야지, 잘해야지, 라는 듯한 포스를 펄펄 풍기고 있었으니까. 돌아가서, 어리고 철없던 시절의 나에게, 네가 평생을 바쳐도 네게는 모자른 사람이니 제발 좀 잘해주라고 전하고 싶었다. 억지로 오이카와에게 모든걸 맞춰주며 간간히 보여주던 그 쓸쓸함 가득한 미소를 두번 다시는 짓지 않도록. 


"코우쨩은 이걸 어떻게 견딘거야? 난 지금도 코우쨩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칠것 같은데 말야."


 오랜만에 보는 그 쓸쓸한 미소였다. 저 질문을 하자 짓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금세 행복하다는 미소로 바꾸곤, 오이카와에게 시선을 맞췄다.


"토오루가 배구하던 모습을 기억하면서 버텼어. 그 모습이 내게는 제일로 멋있는 토오루의 모습이니까. "


 애초에 처음부터 자신에게 반했던 이유가, 연습시합때 처음으로 보여준 스파이크 서브 때문이라고 말하며 수줍게 볼을 붉히는 스가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그저 그를 자신의 품안에 깊숙히 넣었다.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앞으로도, 평생동안, 이 모습은 자신의 소유물이었고, 평생 다른이에게 넘겨주지 않을꺼라 다짐하며 고마워, 행복하게 해줄께, 라는 둥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을 하며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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