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코믹스 패러디

제이슨 토드


IF 제이슨이 조커에게 죽임 당하지 않고, 평범하게 자라왔다면, 평범하게 학교다니며 자경단 활동하는 세계.

제이슨의 말투가 쵸큼 다정한것.



위 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내가 아는 사람 얘기 하나 해줄게. 일단 들어봐. 아는 녀석이 가기 싫다는 입학식 아버지한테 등 떠밀려 참석한 곳에서 난데 없이 펭귄이 난입하질 않나, 도저히 이 도시는 조용히 다닐수가 있어야지. 아마 죽은 목숨이었을꺼야, 그때 등장한 레드후드가 아니였다면. 그 친구가 레드후드여서 망정이지, 레드로빈도, 나이트윙도 없는 곳에서 유일하게 싸울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친구 옆에 알짱거리는 도토리만한 여자애 하나가 있었는데,다른 사람 다 도망갔는데, 혼자 움직히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더래. 그래서 원래 그런 성격 아닌데도, 그냥 손이 갔나봐. 정신차려 보니 이미 펭귄의 어깨에 총알 하나쯤은 박살냈어야 하는데 말야, 그 작은 계집애를, 딕은 이렇게 부르면 화내지만, 데리고 안전한 곳까지 던져두고 오느라 다시 돌아가보니 펭귄은 이미 사라지고 흔적조차 안남아 있었대. 그래서 허탕도 쳤겠다, 그냥 손이 나간것 처럼 발도 제 멋대로 굴었나봐, 아까 그 계집애를 찾으러 다시 갔을때 이미 사라지고 없었대. 이름도 못 물어봤는데 말야. 아는거라고는 작고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라는것 정도? 원래 이렇게 누구 구할때마다 이름을 물어보는 성격이냐고? 아냐, 딕이나 그런 성격이지, 나는, 아니, 레드후드는, 딱히 그런것도 관심없어해. 누굴 구하는것에서 보람을 느끼는것도 아니고. 그냥,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대. 몰라, 엄청난 빌런의 숨겨둔 첩이라고 느꼈나보지. 이름이라도 물어봤어야 했는데,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대. 그래봤자 뭐해, 이미 사라졌는데. 그렇게 놓친줄 알았는데, 한번은 우연이여도 두번은 운명이라는 말이 있잖아? 밤새 자경단 활동으로 피곤해서 잠이라도 자러 강의실 가은 길이었거든. 앞에 걸어가는 작은 계집애 하나 있더라. 뒷통수를 빤히 쳐다보는데, 어,  그녀석이더라. 그때 그 입학식때 그 녀석. 그 이후엔 원래 목적지도 잊어버리고  그 게집애만 따라간것 같아. 결국에는 내가 원래 가려고 하던 강의실에 도착했지만. 그 녀석, 같은 수업이더라? 이렇게 계속 마주치는 것도 마냥 우연이 아닌것 같고, 흥미가 생겼어. 그래서 나름 관찰해볼려고 그 수업도 매번 나가는데 팀녀셕이 나보고 웬일로 성실하게 학교 다니냐고 묻더라. 뭐라고 했냐고? 글쎄, 그냥 다람쥐가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다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라. 교육이 덜 된거지. 그래도 그때 이상한게,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 

  여튼, 어디까지 했더라? 어, 따라 들어갔대. 왜 자꾸 나라고 하냐고? 아냐, 그건 너가 잘못들은 거야. 그냥 일단 계속 들어봐. 따라 들어갔는데, 자기가 나름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데 언제 눈치채나 기다려봤대. 결국엔 끝까지 아는척은 커녕, 눈인사도 못받았지만. 답답해 뒤질거 같더라.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었어. 그냥 아무생각없이 그 녀석 옆에 앉아버린것 같아. 뭐라고 말 걸어볼 빌미라도 찾을려고. 결국에 한다는 소리가, 샤프좀 빌려줘라니, 데미안이 들으면 평생 놀렸을걸. 젠장. 그 레드후드가, 샤프좀 빌려줘가 뭐야. 고담의 온 빌런들이 놀려먹을 걸. 근데 그 소리에 그 녀석, 내 얼굴 드디어 쳐다보더라. 조금 놀란 눈치더데, 눈이 동그래져서. 계집애 눈은 새삼 크더라. 피부는 또 그렇게 하얗고. 그때 다쳤던건 다 나았을려나. 안그래도 이렇게 흰 피분데, 얼굴에 피가 났었던것 같은데. 입술은 또 붉은게, 꼭 장미 같더라. 그때 솔직히 말해서 잠시 생각하는걸 멈췄다. 레드후드가, 입술이 장미같다니, 무슨 딕이나 할것같은 대사를 속으로 읊고 있어. 근데 그 순간 만큼은 눈을 뗄수가 없더라. 머릿속으로 생각이 폭발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대답하지 않는 그 계집애가 답답하기는 커녕 귀여웠나봐, 헛웃음이 나오더라. 웃는거 참느라 엄청 혼났다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커녕 진정한 사랑따위 믿지도 않는 사람인데, 왜, 그 영화에 흔히 나오는 True Love' Kiss. ​그런게 뭔지 새삼 알것같더라. 그냥, 반했다는건 아니고, 새삼 알겠다는거니까 그렇게 이상하게 웃으면서 쳐다보지는 마. 혼자 저 우주 끝을 뚫을 기세로 생각을 하고 있길래 잡아 줘야 할 것 같아서 정신차리게 해줬지. 허둥대면서 샤프를 내미는 계집애는, 그냥 마냥 귀여웠대. 물론 학교도 다니고 있고, 브루스 밑에서 부족한것 하나 없이 자라왔지만, 남정네만 여섯인 집에서 귀여움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게 분명하잖아? 그 귀엽다는게 너무 새로웠대. 신기하고, 새롭고, 그냥 또 그런 새로움을 보고 싶었대. 그래서 계속 관찰 하기로 결정한거지. 그래서 이 이야기를 왜 다짜고짜 들려줬냐고? 딕이, 젠장, 기분 좋아 보인대서 뭔일있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흥미로운 관찰대상을 찾았다고 했지. 원래는 여기까지만 얘기 할 셈 이었는데 딕이 하도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대충 얘기 해줬지. 근데 하는말이 나보고 인정하래, 넌 지금 사랑에 빠진거라고. 웃기지도 않아. 그 레드후드가? 사랑? 여긴 디즈니속 이야기가 아니잖아. 꿈과 희망의 나라가 아니라 밤이면 밤마다 마피아들과 미친 정신병자들이 총질해대는 도시인데, 사아랑? 그래서 한참 옥식각신하다가, 네가 보여서 물어보러 왔어. 네가 보기엔 어떤것 같아? 그냥 관찰일기 같은 느낌이지? 그냥 못보던 새로운 무언가가 신기해서, 뭐, 그런것 같지?


* * *


"제이슨은 어디갔어? 오늘 나랑 패트롤 담당인데 말야."

"무슨 이야기 한참 하더니 미친놈처럼 자리 박차고 뛰쳐 나가던데?"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그래?"

"글쎄, 그냥 얼굴이 터질듯이 붉어보이더라. 감기라도 걸렸나보지."

 데미안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상황파악을 대충한 딕은 마냥 웃고있었다. 드디어 동생에게도 봄이 오는구나. 제이슨 없으면 자기가 같이 갈까라는 데미안의 외침을 뒤로 하고 딕은 얼굴빨개진 동생을 상상하며 계단을 밟으며 내려갔다. 


디씨코믹스 패러디 

제이슨 토드


IF 제이슨이 조커에게 죽임 당하지 않고 배트맨이 제때 구해주러 왔다면,

그 이후에 자경단 활동을 하면서 평범하게 자랐다면, 안티히어로가 되지 않은 세계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저 스스로가 출간해 낸 책을 홍보하려고 의미없는 글을 강단 위에 서서 읽고 있는 교수는 이 넓은 강의실에서 유일한 소음이었다. 광활한 공간에 비해 수강생들도 압도적으로 적었다. 거의 학생들 사이 두세자리씩은 띄어 앉아도 될 정도였다. 그럴 정도 인것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모두 가 그렇게 앉아있었다. 필수도 아닌 교양수업에 학생들은 강의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각자의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고 있었다. 저 늙은이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고개를 꾸벅거리며 잠든 이들이 있는가 반면, 무언가 , 수업과는 전혀 관계 없는, 열심히 적어 내려가는 이들도 있었다. 티가 나지 않게 몰래 휴대폰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대놓고 노트북을 꺼내 제 할일을 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듯 소리 하나만큼은 새어 나가지 않았다. 마치 학교 도서관에 제일 일찍 출근 했을때와 같은 고요함이었다. 그 정적 속에서 한순간이었다 네가 내 옆에 다가와 앉은것은. 그 많고 많은 자리들 중에서 내 옆에 온 것은.


너를 모른다고 하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일것이다. 이 도시,  더 자세하게는 이 학교, 아니,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학교뿐만이 아닌, 이 도시 그 자체의 설립자, 웨인가의 사랑받는 둘째아들. 매스컴은 주로 셋째 아들 티모시를 더 다루지만, 이 학교에서는 이 남자가 제일가는 수퍼스타다. 제이슨 웨인. 유명한 것 치고는 생각보다 평범하게 다니는것 같았다. 저 스스로도 이번 학기가 되기 전에는 지나가는 풍문으로 듣는게 다였지만, 하필이면 이 교양 수업이 겹치는 바람에. 


그의 큰 배경과 여러가지 생각들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을때, 너는 말을 걸어왔다. 적을 걸 두고 왔다고, 필기구 하나만 빌려다라며 손을 내밀며 부탁하는 네 모습을 앞에 두고, 크고 투박한 네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굳은 살 투성이었다. 곱게만 자라왔을것 같은 도련님의 손바닥이 굳은 살 투성이라니, 뭔가 묘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수업말고는 딱히 얼굴을 비추지않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학교를 입학한 그 날부터 계속 네 얘기만 들려왔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네 얘기만 들려온게 아니라, 네 얘기만 물어왔다. 그에게는 지금이 처음 보는것이겠지만, 나는 이미 그를 입학식 첫날 마주했다. 고담의 스케일은 예전부터 익히 알아왔지만, 직접 경험해보게 된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입학식 도중 난입하여 난동부린 펭귄과, 하필이면 맨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봉변을 당할뻔 한 저를, 모두가 패닉한채로 도망칠때 저를 구해준건 그였다. 그때부터 자꾸만 시선이 그의 발자락 끝에 머물렀다. 그의 이름만이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교양 수업 첫날, 출석을 부르는 교수님의 부름에 대답하는 그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 그 이름을 듣고, 그 날이었다. 그날, 그 한순간이었다. Here. 그 목소리에 나는 사로잡혔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것 무엇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너만이, 너만이 내 시야를 가득채웠다. 그 낮은 목소리로 내는 너의 웃음소리가 궁금해졌다. 네가 웃으면 어떤 느낌일까, 사소한것 하나하나가 나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아무것도 없어?"


훅 들어온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어, 여기. 별모양이 이리저리 찍혀있는 샤프를 하나 건네주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뜨거웠다. 교수에게 들키지않게 살짝 미소만 보인뒤 그는 다시 무언가 쓰는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난히 더운것같았다. 강의실 에어컨이 고장났나 싶었다. 옆을 쳐다보니 가벼운 겉옷을 걸치고 있는 제이슨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강의 실 안에 있던 그 누구도 더운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나만 더운건가? 손바닥을 뺨에 가져다 대자, 그제서야 깨달았다. 뜨거운건 그의 손가락이 아니라 제 것이었다. 심장이 유난히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뜨겁다 못해 온몸이 폭발할것같았다. 아마 누군가 저를 본다면 빨간 홍당무라고 착각할것이다, 분명. 이러다간 얼마 안가 모든게 다 들통날것 같았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지독하게도 아픈 새벽이었다.


아직은 달궈지다 만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감싸왔다. 쇼토, 나의 쇼토. 네 이름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불러봐도, 네가 정신계 개성이 아닌 이상 절대 들을 수 있을리가. 엑모맨에 나오는 내가 제일로 좋아한다고 했던, 그 교수 역할의 캐릭터 처럼, 네가 내 머릿속을 멋대로 휘젔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말하지 않아도, 너는 모든걸 알텐데. 네 얼굴을 마음놓고, 네 옆에서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쇼토, 나의 쇼토, 나의 사랑, 나의 도피처. 




너를 완전히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딱 마지막으로 네 얼굴이 보고싶어, 서성이다가 결국 네 집 앞까지 걸어왔어. 그나마 다행인걸까,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네 방은 아직까지 환한 빛이, 창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쇼토, 작게 네 이름을 부르자 이내 창문이 열리고 토도로키가 얼굴을 내밀었다. 반쯤 의아하다는 듯이 인상을 살짝 찌뿌리고선 어쩐일이냐고 묻는 그의 목소리엔 걱정이 서려있었다. 


한참을 그 창문 밑에 서서 말없이 고개만을 숙인채로 있었다. 목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어찌 내뱉을 수 있을까. 쇼토, 사실은 나, 나 쇼토를 계속 좋아해 왔어. 근데 있잖아, 해가 밝아오면, 난 쇼토를 죽여야만해. 웃기지도 않지? 이 입술로,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내 마음 하나 온전히 표현하지도 못했는데, 이 입으로 증오를 담고, 너를 미워해야만해. 어떻게? 쇼토는 똑똑하잖아, 뭐든지 다 알잖아… 그니까 답을 알려줘. 


"쇼토."


"응, 카요. 왜 그래."


"쇼쨩… "


"왜 그렇게 주늑 들어있어. 무슨일 있었어? 또 누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아냐 쇼쨩, 아냐, 사실은 맞아. 아빠가, 엄마가, 온 가족이 납치 됐어. 도와줘. 도와줘 쇼쨩. 히어로잖아, 나 같은 잔챙이랑은 다른, 프로잖아. … 그 아저씨가, 너를 데려오래. 그래야 살려준데. 나 어떻게 해야해? 쇼쨩, 응? 애원하고, 다 털어 놓고, 네 품안에서 또 다시 어린애처럼 엉엉 울고 싶었다. 그치만, 나는 결국 이기적이고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너에게 끝까지 거짓말 하는 수 밖에. 너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줄 지언정, 차라리 내가 원망의 대상이 될게. 그러니, 쇼토, 딱 한번만, 마지막으로.


"…쇼토"


"응. 왜."


"… 내일 같이 케이크 먹으러 가자. 쇼쨩이 좋아하는걸로."



네 옆에서 이렇게 웃을 수 있게 해줘. 어차피 밤이 지나면 모든게 물거품이 되버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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