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쿠로오 테츠로] 경찰서는 아니야, 꼬마 신부님.


드림성 소설.


W.카요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헤쳐 나가야 잘 해결했다고 소문이 날까. 쿠로오 테츠로, 36, 도쿄 나름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인, 전직 배구선수, 지금 인생 최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저보다 대략 스무살은 어린 소녀한명이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와 인사하며 건넨말이, 자기가 내 아내랍니다. 


"쿠로오 아저씨?"


 아니야. 그렇게 귀엽게 쳐다보지마, 원래 어린애가 취향이긴 했어도, 망상과 현실을 구분 할 줄 아는 놈이었어, 나는. 애초에 미성년자를 건드릴 생각은 추호에도 없다고! 아, 켄마가 이 일을 알면 얼마나 쓰레기같은 눈으로 날 바라볼까. 그래, 일단 애니까, 잘 타일러서 돌려 보내자고, 그저 가출한 아이일 뿐일꺼야. 아마.


 "…그래서, 정확히 몇살이라고? "


"올해 19살이에요!"


 그래, 스무살차이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열일곱살… 퍽이나 다행이겠다!


 "이봐, 주소를 착각한 거 같은데, 난 결혼한적 없어. 너를 지금 처음 보기도 하고. "


 "앗, 그건 저도 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얼굴이었는데, 실물이 훨씬 잘생긴것 같아요."


 소녀는 혼자서도 쫑알쫑알 잘만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카요에요, 이제 결혼하게 되었으니 쿠로오 카요라고 불리면 되겠어요! 누구마음대로, 난 결혼한적 없다니까! 


"엑, 그, 그치만"


 울먹거리던 소녀가 내게 내민건 서류봉투와 긴 편지였다. 봉투에는 혼인신고가 되어있는 혼인신고서와 그 외 필수적인 공적인 서류들 뿐이었다. 편지로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근 몇년간 껄끄러워 연락을 하지 않던 제 아버지의 필체였다. 망할 영감탱이. 그리고 서류를 다시 집어넣으려던 순간, 봉투 밑바닥에 남아있던 사진 한장을 발견했다. 사진을 꺼내어 보자 쿠로오의 표정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사진속에는 어린 시절 저의 모습과 그 옆에는 앞에 앉아있는 소녀와 매우 닮으면서도, 다른 여자 아이가 함께 밝게 웃으며 자신과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아,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사진 속 소녀는, 제 첫사랑이자, 그리고


"아, 이사진 엄청 오래됬나보네요. 어, 엄마다! 어머니는 어렸을때도 아름다우셨네요."


 자신이 제 아내라고 주장 하는 소녀의 어머니 인 셈이다. 


 이 아이의 어머니, 사진속의 소녀는,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 시타, 시타였던 거 같아. 시타는, 어렸을 적부터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여서, 켄마랑 셋이서 자주 놀았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까진 같이 다녔는데 고등학교를 가면서, 시타가 여고로 들어가는 바람에 헤어지고, 그 후로 갑자기 어른이 된 시타와, 아직은 철없는 수줍은 남학생의 이질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조금씩 서먹해져갔던게 기억난다. 고등학교 1학년이 거의 끝나 갈때 쯔음, 갑자기 이사가는 바람에 연락도 끊기고, 흔한 기억속에서만 남아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상한 소문을 듣긴 했어도, 그게 진짜 일꺼라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니까 네가 시타의"


"어머니가 17살때 절 낳으시고, 몇 해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누누이 말씀 하셨어요. 네가 나중에 결혼하게 될 남자는 굉장한 사람이라고. 많이 그리워 하셨던거 같아요. 아저씨를. 제가 전해 듣기론."


"같이 살던게 아니였어?"


"어릴땐 같이 살았지만,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친가가 양육권이랑 친권이랑 다 가지고 갔어요. 어머니는 요양병원으로 보내버리고, 아버지가, 친가가, 조금 권력도 재산도 있는 사람이라 저는 어머니와 헤어져야 했죠. 다 옛날 얘기지만요."


 소문이, 그랬던거 같다. 조용하고 얌전한 여학생 하나가  옆 학교 부잣집 남학생 하나와 사귀다가 사고 쳤다고. 여학생은 임신해버려 자퇴하고, 남학생은 집안에서 일 덮는다고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그게 시타였을 줄이야. 그저 그 당시 인사도 없이 도망친 시타가 미웠지만, 이거랑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전혀 그럴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어머니는, 제가 아저씨와 결혼하길 바라셨고, 최고의 남자를 만나길 바라셨어요. 시아버님께 허락도 받았고, 제가 말씀 드린다고 했더니, 시아버님은 자신이 직접 전해주겠다며, 저는 짐 챙기고 준비하라고만 하셨는데… "


 종종 시타와 마주치던 시선들이나, 닿아오는 뜨거운 손가락 끝의 감각이 떠올랐다. 심장이 마구 뛰어대던, 그 아릿한 감각들. 이 아이를 그런 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꺼라 생각된다. 이 아이를 통해서, 자신의 눈에는 시타가 보여진다. 


 "그래도, 말이 되는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지금. 너는 나 이야기 통해서 알았다 하지만, 나는 네 존재 오늘 처음 알거든? 나이차이도 있고, 무엇보다 나도 나 나름 만나는 사람도 있다고. 이렇게 무턱대고 결혼했습니다ㅡ 하면 받아줄거 같냐. "


 사실은 순 거짓말이다. 만나는 사람은 커녕 일에 치여 매일을 무의미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상도덕이라는게 있지. 이건 아니였다. 아무리 제 아버지의, 시타의 부탁인들 하던간에. 애초에 근 20년간 연락도 없이 지내오던 시타가, 갑자기 자기는 죽어버리고, 딸을 보내버리면 누가 기분이 언짢아 지지 않겠는가. 이건 무슨 책임전가도 아니고. 내 애도 아닌데! 내 애가 아니니까, 결혼을 시킨건가


"앗, 그, 그렇다면


 그래도, 누가 그 딸 아니랄까봐, 울먹이는 모습에서, 마치 강아지 꼬리가 축 늘어진 것 같아 보이는 이미지까지, 제 어미와 똑 빼 닮은게, 가슴 한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저, 그래도 이제 돌아갈 곳 없고… 손을 꼼지락 거리며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시타와도 이런적이 있었다. 한참 사춘기에 막 접어들때즈음, 시타가 놀자고 내 손을 덥석 잡자, 내가 괜시리 예민하게 반응하며 여자랑은 안놀아, 라며 흑역사를 만들어 낸적이 있다. 그때도, 시타는 이렇게 강아지처럼 귀와 꼬리를 내렸다. 적어도 내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젠장, 또 마음 약해지게.


 "친가는? 친가에서 지냈다며. "


 "아버지는… 글쎄, 어머니가 진행해오던 제 결혼 사실을 아시더니, 저보고 나가라 하셨어요. 화가 많이 나신것 같았어요. 모두가 말렸는데도 계속 그러시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래요. "


 "친구나? 학교는?"


"학교는 이 근처 동경사립학원에… 그치만, 누구 신세질 정도로 친한 친구도 없어요."


 동경사립학원이라니, 새삼 이 녀석이 부잣집 딸 아가씨라는 걸 깨닫는다. 조금 상황파악이 되자 다른 여러가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녀가 입은 재질좋은, 유명한 브랜드의 원피스에서 부터, 보석박힌 머리 띠와, 저기 현관문 근처에 놓여진 구두와 캐리어까지. 철없는 부잣집 소녀 마냥 느껴진다 아니, 사실은 그게 진실이지만. 


 "…아버지 연락처, 나한테 줘. 내가 얘기해볼테니까. 너도 네 엄마의 이상한 일에 엮이지 말고. 네가 원하는 것도 아니잖아?"


 잘 달래서 집에 보내주면 되겠지. 우물쭈물해 하는 소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처음 봤을때 부터 취향일정도로 귀여웠지만, 이건 아니였다. 


"제가 원하는게 맞다면요…?"


 뭐라고?


"저 아저씨 이야기, 말을 이해할수 있을때부터 들었었어요. 평생을 아저씨가 어떤 사람일까 궁굼해 하며, 오늘만을 기다려왔어요. 그렇다 해도 안되는 거에요?"


오, 맙소사. 이 아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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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현대AU


 "일어나 하향, 언제까지 잘꺼야 이 잠꾸러기야."

 창문사이로 새어나오는 따사로운 햇빛에 하향은 푹신푹신한 이불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으응… 5분만 더…"

 "어서 일어나, 안 그러면 내가 널 독차지 할 시간이 얼마 안 남는단 말야."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기고 허리를 숙여 이마에 가볍게 뽀뽀를 한다. 

 "간만의 휴가인데 이런 날은 조금 늦게까지 자도 봐주는거 없는거야?"

 살짝 울상인채로 하향은 민호를 올려다본다. 강아지 눈망울 처럼 촉촉하게 젖은게, 마냥 그녀의 뒤를 보면 꼬리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었다. 

 "굿모닝 키스 해주면 한번 생각 해볼께."

 짖궂게 웃는 민호와 그런 그가 못말리다는 듯 허,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 양팔을 벌려 민호보고 껴안아 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민호는 하향이 사랑스럽다는 듯 애정 가득한 두 눈으로 그녀를 담다가 꼬옥 껴안아주고, 가볍게 쪽쪽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거기서 멈추는게 하향의 계획이었다면, 민호는 종종 하향의 계획을 산산조각 내는 걸 아주 잘했다.

 쪽쪽 애기들 뽀뽀 수준에서 시작했다면 민호는 이런 훌륭한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다.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핥고 윗입술과 같이 먹어버릴듯 삼키었다. 아랫입술을 피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깨물자, 철벽같던 그녀의 입술 사이가 벌려졌고, 그 틈을 타 민호는 자신의 혀를 들이밀었다. 말랑말랑한 연한 살이 제 혀의 촉감에 느껴졌다. 혀와 혀가 얽히고 정신없이 애정행위를 하다 보니 어느새 민호는 하향 위에 올라타 그녀의 상의 안에 손을 넣은채 속옷이 드러나기 직전까지 옷을 말아 올린 채 였다. 민호의 입술을 그녀의 턱을 타고 내려와 목을 지나, 그녀의 쇄골 근처에서 빨간 자국들을 남기기 시작했고, 한 손은 그녀의 왼쪽 가슴에, 다른 한 손은 그녀가 입고 있던 짧은 반바지의 허리부분을 붙잡고있었다.

 "민호, 나 아침부터 운동하기 싫은데…"

 조금은 부끄러운듯 살짝 빨개진 얼굴로 하향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 보는 민호를 보며 말을 꺼냈다. 수줍어 하는 얼굴을 본 민호는 그의 작은 아들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씨익 웃고 그녀의 바지를 내리려는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침실의 문이 열렸다. 

 "다녀왔어 하향."

 "앗, 뉴트! 어서와!어, 지금, 상황이 이래서 들어오는 소리를 못들었어. 미안"

 하향은 민호 아래 깔린채 허우적대고 있었고, 민호는 문을 열고 들어온 뉴트를 있는 힘껏 째려보고 있었다. 둘이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네가 들어오는 바람에 방해받았다, 라는 기운을 풀풀 내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민호는 입을 열었다.

 "어, 왔냐, 다시 나가지 그래? "

 "너네 먹여 살릴려고 밤새 일하다 온 사람한테 너무 한거 아니야?"

 뉴트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키득거리며 말한다. 너만 돈버냐, 라며 툴툴거리는 민호를 뒤로하고 뉴트는 하향에게 다가가 이마에 쪽, 입술을 맞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분명 예전엔 셋은 둘도없는 친한 친구사이었다. 중학교때 만나. 고등학교를 같이 가고, 어쩌다 보니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전공은 달라도 같은 대학까지다니고, 대략 반평생을 같이한 친구들이었다. 일단, 하향은 그들을 가족이라 여기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녀의 부모님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갑작스레 돌아가셨을때도, 하향은 그때 그녀의 세상이 무너지는줄 알았을때, 그 둘이 묵묵히 그녀 곁을 지켜주었고 가족이라는 그녀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족이라는 틀에 더더욱 파고 들었다. 유일하게 그녀가 서 있을 곳이 그들이 만들어준 가족이라는 틀임을 알자, 하향은 묘하게 그 자리에 집착했다. 조금이라도 금이 가지 않도록. 그러나 그녀의 소중한 자리를 산산조각낸건 하향의 24살 때 생일, 셋이서 조촐하게 파티를 하던 밤, 뉴트와 민호였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살짝 취기가 올라오는게 적당히 기분이 좋았다. 불빛은 은은하게 켜져있었고 나름 그녀의 취향에 맞춘다고 둘은 온방을 촛불로 가득채웠다. 민호의 어깨에 살짝 기댄채 영화를 보고 있었고, 뉴트는 부엌에서 간식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민호가 달싹거리던 입술을 떼어내더니, 핵폭탄을 떨어트릴 준비를하고 있었다. 

 좋아해, 라는 소리를 들었을땐 처음에는 영화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민호가 재차 확인하듯 그녀의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고, 또박또박 다시 그 단어를 반복했을때, 그녀의 눈에는 설레임보단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 부엌에서 나와 그 장면을 목격한 뉴트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민호가 제게 들려준 똑같은 단어를 내뱉었다. 그녀는 당혹감을 넘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둘중 한명을 고르라는 그들의 소리없는 재촉에, 그녀는 도망쳤다.
 
 하향은 그 둘을 정말로 공평하게 똑같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 가족같은 관계가 깨지지 않길 바래왔고 누군가를 고르라는 말은 절대 그녀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들과 키스하고, 애정을 나누고, 밤을 보내라하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선택하고 누군가를 버린다는건 그녀가 갈구하던 관계가 와장창 깨지는 것을 의미했기에, 절대로 선택 할 수 가 없었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집안에만 틀어박혀, 둘중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다. 이미 끝나버렸을꺼라 예상한 그들의 관계에 그녀는 매일밤을 울며 지새웠다. 그렇게, 점점 야위여져 가며 일주일을 지낸날, 뉴트와 민호는 하다 못해 그녀의 집으로 쳐들어와 자신들이 생각이 짧았다며, 계속 사과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셋이서 살자고 제안을 했다. 둘중 누구를 택하라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테니, 그저 자신들을 공평하게만 사랑해달라고, 그것만을 약속해왔다. 이미 이성적인 생각이 불가능했던 하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도 그렇게, 지금 이렇게 된 것이다. 

 옛날 생각에 푹 빠져 있던 하향을 정신차리게 만든건 또 다시 깊숙히 침범해 오는 민호의 손이었다. 

 "자,잠깐만! 지금 뉴트도 왔고…!"

 민호는 전혀 그런 사실을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뭐, 별로 내키진 않지만, 오랜만에 셋이서 하지. 뉴트?"

 "나도 네 녀석이 같이 한다는게 별로지만, 이번만은 참아주지."

 뉴트는 단정하게 매여있던 넥타이를 거칠게 당기고 곱게 닫혀있던 단추를 하나 둘 푸르기 시작했다. 전에 셋이서 했을때를 떠올리며 하향은 밑에서 바둥바둥거렸다.  절대, 절대로 안됬다. 짐승같은 체력에 지치다 못해 기절하기 직전까지 갔던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민호는 원래 운동을 하니까 그렇다 쳐도 뉴트 너는 뭔데-! 하향은 속으로 빼액 질렀다. 숨 고를 틈조차 주지 않고 거칠게 밀고 들어오던 뉴트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기억나 얼굴에 열이 확 하고 올라왔다. 그녀가 그 둘을 바라 보았을땐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민호는 옷을 완전히 걷어 올려 그녀의 가슴을 잘근잘근 깨물며 잇자국을 남기고 있었고, 뉴트는 그녀의 다리를 억지로 벌려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고 연한 허벅지 안쪽 살까지 빨간자국을 잔뜩 남기고 있었다. 우와아, 진짜 시각적으로 너무 야해… 저항은 하려 했으나 굳세게 잡고있는 뉴트의 손에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게다가 아직 자유롭던 두 손으로 민호를 밀어내려하자 민호는 단호하게 그의 큰 손 하나로 하향의 양 손목을 잡더니 위로 올려 붙잡고 있었다. 틀렸어 이미. 빠져나갈 길이 없어! 거의 반쯤 포기한채 몸에 힘을 빼고, 뉴트의 나쁜 손이 바지를 내리고 이제 속옷안으로 손을 넣으려던 순간, 딩동, 하고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순간적으로 찾아온 정적에 처음엔 뉴트와 민호 둘다 그 소리를 외면하려 했으나  두번째로 들려오는 초인종소리와, 낯선 목소리가 결국 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의 위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택배입니다."

 택배 아저씨, 사랑해요! 제 생명의 은인이예요! 어, 그런데 지금 짐승 두마리가 엄청 험악한 표정 짓고 그 쪽으로 가고 있어요. 고민의 명복을 바랄께요. 

 속으로 얼굴 모를 택배아저씨에 대한 사랑과 명복을 남발하고, 하향은 그 틈을 타 얼른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닫힌 문 뒤로 느껴지는 불쌍함에 결국 마음이 약해진채 하향은 욕실 문을 빼꼼 열고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나 지금 씻을건데, 같이 씼을 사람…?"

그녀의 말에 오묘한 미소를 지은 두 짐승은 재 빠르게 욕실로 향해 걸어갔다.


어머니, 제가 방금 제 무덤을 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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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홀든가 이야기


W.카요





 형이 죽었다. 굳이 어느쪽이라고 묻는다면, 평생을 불로불생할것만 같았던 큰형이 죽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전장에서 열렬히 싸우다 죽은것도 아니다. 갑자기, 어느날, 믿기지 않을정도로 조용히 죽었다. 아침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시간에 일어나 거실을 나갔는데도, 큰형이 없자 웬일인가 싶어 깨우러 큰형방에 들어갔었다. 아직도 자는거야? 장난치는 목소리로 방문을 열자, 고요했다. 마치 시간조차 얼어붙은 것처럼, 세상에 큰형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이상한기분이들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히 침대위에 누워 잠들어있는 큰형의 모습에,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형...?"


불러도 대답하지않는다. 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 무슨일이있어도 꿋꿋한 목소리로, 왜그러느냐 이글, 하던 소리가 더이상 들려오지않는다. 고요한 방속에서 나는 타인의 시선을 느꼈다. 아니, 내가 타인이 되어 그 고요함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가만히 서있었을 뿐이다. 마치 남의 일인양,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회사에 연락을했다. 드렉슬러가 알겠다고 곧 온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만히 침대 끝자락에 걸터 앉았다. 혹시라도 형이 깨지않도록. 가만히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고요함만이 이곳에서 유일한 존재였다.


작은형이 다급하게 큰형의 이름을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온것은 이미 사람들로 집안가득 북적이고 있던 중이였다. 평생볼까말까하는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눈시울에 조금 붉어져 있는게 눈에 보였다. 나의 눈가는 여전히 건조했다. 


장례식을 치루게됬다. 첫째날은 가문사람들이 찾아왔다. 가문과 연관된, 그쪽 부류의 사람들. 진심으로 애도 하는이들도 있었지만, 가식적으로 눈물을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을 하루종일 쳐다보고있자니 따분했다.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있는것도 지겨웠다. 나의 얼굴은 건조하다 못해 말라 비틀어질 정도였다. 


둘째날은 회사사람들, 재단사람들, 연합사람들, 그 외에 모든 인연이있었던 사이퍼들이 찾아왔다. 그것이 적으로써 만났던가에 개의치 않고, 그들은 진심으로 애도해주었다. 눈물을 흘린 이들도 꽤나 있었다. 부르스 영감이 나에게 다가와 등을 토닥여주었다. 친하지 않던사이에 주고받는 위로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마틴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해가 가지않는다는듯 "어째선가요?" 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바삐 떴다. 마를렌과 샬렷녀셕이 큰형의 사진앞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복도끝까지 그들의 울움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이 전부 둘의 눈물만으로도 차버리지 않을까 라는 쓸데없는 고민도 했다. 저 모습을 보고있자니, 이제는 얼굴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타버리는기분이었다.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었다. 공허했다. 텅빈 우주속에 나 혼자만이 남은듯 공허했다. 


마지막날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작은 형이 큰형사진 앞에서서 중얼거리는 모습을 봤다. 하얗고 작던 얼굴이 동백꽃처럼 붉게 피어올랐다. 장례식을 도와주던 사람들중 누군가가 나보고 이제 인사할차례라며 등을 떠밀었다. 나는 그 사진 앞에 서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가만히 그저 사진속 큰형의 무덤덤한 표정을 쳐다볼뿐이었다. 의미없는 '인사'를 끝내고 난후 장례식을 끝맺혔다. 애초에 형이 흔적을 남기는 성격이 아니라 유품은 옷과 검뿐이었다. 옷은 절차에 따라 시신과함께 같이 태워버렸다. 내 손에 남은 건 검뿐이었다. 큰형은 처음 이 검을 받은 후로 부터 계속 이 검 하나만을 사용해 왔다. 거의 평생을 형의 반려자로써 곁에 있어왔다 해도 틀린것이없다.  그 검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질적 대련상대를 해주오던 형의 기억이 떠올랐다.


'검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것이 아니다 이글. 심신을 가다듬고, 눈앞의 형체뿐만이 아니라, 그 속의 내면까지 벤다는일념으로 베는것이다.'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던 큰형의 말들이 조금씩 세월이 지나면서 몸으로 직접 느끼게 되었다.


'자세부터 다시 똑바로해라 이글.'


'홀든가로 태어난 이상, 너에겐 선택권이없다 이글.'


'백번더, 다시 휘둘러라!'


'아픔도 상처도 모두 전쟁터에 나가는 검사들에겐 그저 자랑스러운 영관의 표시 일뿐이다 이글. 그 흉터를 자랑스럽게 여기거라. 네 흉터를 , 나의 흉터를.'


'미안하구나 이글. 너에게 만은 같은 상처, 입히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홀든가가 아니라, 네 형으로써 미안하구나, 나의 동생.'


'...잘했다, 이글.'



갑자기 쏟아져 오는 옛 기억 때문에 텅 비어있던 공간이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목이 탁, 하고 막혀왔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눈가에서 촉촉한게 느껴졌다. 나는 지금 눈믈 흘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사람인냥 엉엉 무릎을 꿇은채 검을 품안에 안고 울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형은 정말로 죽은거구나. 이제 더 이상 검을 휘두르는 자세가 틀리다며 지적하며 혼내줄 사람도, 나를 위해 진심의 눈물을 흘려줄 이도, 애정어린 눈으로 잘했다며 칭찬해주며 머리를 줄 누군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않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따듯하게만 느껴지던 봄바람이 유달리 쌀쌀하게만 느껴졌다. 나에게 봄은 오지 않고, 겨울만이 다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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